1. 다음학기 등록금을 내느라 토요일 오후
국민은행 인터넷뱅킹을 사용했다. 홈페이지를 보니 등록금 내는 기간이라고 뭔가 이벤트 혹은 안내도 하고 있었다.
OTP의 6자리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확인을 누르니 공인 인증서를 못찾겠단다. 혹시나 싶어서 공인 인증서 찾는 위치를 바꿔줬더니 찾네. 공인 인증서 패스워드 입력하고 확인했더니 IE 사망.
다시 로긴해서 본 결과는 정상 처리였지만 요즘 등록금이 싸던가? 확실히 하고 싶어서 홈페이지에 있는 대표번호(1588-xxxx, 1599-xxxx)를 통해 상담원에게 확인하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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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안내는 많이 나오는데 상담원은 안나온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단 말과 함께 "사람이 모자라니 끊지?"란 뉘앙스의 질문만 나온다. -_-+ 10분 넘게 통화하다 포기. 결국 가상계좌가 있는 우리은행으로 전화 걸었더니 걸자마자 통화(080-xxx-xxxx)가 됐다.
상담원에게 '등록금', '가상계좌'란 이야기를 하니 바로 감 잡고
등록금 입금 내역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를 알려주더군. 덕분에 국민은행 전화기 들고 있던 시간의 1/3도 걸리지 않고 원하던 바를 얻을 수 있었다.
2. 알바 관련이라 자세히 쓸 수 없지만... 위에서 cost down 이야기 내려오니 운영 인원을 잘랐나보다. 일하시는 분은 휴가중에도 전화 받으면 나온다고... 을이 군인인줄 아십니까? -_-+ 휴가도 돌아올 수 있는 몇시간 이내로 가야하게(물론 '을'회사에도 책임이 있지만)
3. 농심에서 조중동 광고 관련해서 고객에게 직접 메일 보냈던 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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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봤을 때에는 위 사례들은 비슷한 이유로 발생했다고 보여집니다.
첫번째로 단순 기능업무에 들어가는 cost 절감을 이유로 실제 업무를 보는 사람을 필요 이하로 줄였을테고(업무 과다), 두번째로 문제 발생시에 대한 프로세스가 없었을거란거죠.
그래도 고객은 잡아야겠으니 "일단 오세요"라고 한게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됩니다.
저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1. 진짜 이쪽에서 비용을 아낄수 있는지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비용 절감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기 쉬운 항목이 인원 감축이겠지만, 이게 정답일 때가 많은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그 기업에서 오랫동안 의문없이 하고 있었던 업무나 사업에 대해 확인하는 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죠. 별 생각없이 인원 감축하면 interface 업무를 하는 사람이 줄어들어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거나 업무량이 많아져서 남은 사람만 고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요?
2. 관련된 모든 팀에서 이벤트에 대해 알도록, 문제가 발생했을 때 따를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듭니다.
고객과 마주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문제 유형에 따른 template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모니터링(보복을 위한 게 아닌)이 있어야 합니다. 혹시라도 이로 인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면 template을 갱신해야 할 테니까요. 괜히 배운대로 했던 사람 갈구기 위해 사용하면 안됩니다만...
매달 반복되는 일이라면 신입사원이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몇달 안되어 배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분기별로 반복되는 일이라면 대략 6개월에서 9개월이 지나야 그 일을 이해하고 실수없이 할 수 있을테고 일년 단위로 반복되는 일이라면 최소 2년차 이상 되어야 그 일에 익숙해지겠죠. 그 전에도 일을 잘하려면 매번 일이 시작되기 전에 그 일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 충분한 브리핑이 있어야 합니다. 그 브리핑을 어디서 누가 책임지고 하는가가 회사에서는 현실적인 문제가 되겠습니다만...(브리핑 잘 한다고 실적으로 쳐주지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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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글로 남겨야지 생각했을 때에는 화나 확 내고 끝내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현실로 들어가보면 풀기 힘든 문제네요. CXO 차원에서 이런 일들에 대한 중요성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 총대를 잡고 잘 끌어가면 되겠지만, 중간중간 발생하는 이벤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이 위에 있다면 그리고 실적만을 강조한다면 어떻게 될지 너무도 훤합니다.
제가 국민은행의 등록금 담당이었다면 1. 홈페이지에 이벤트 하나 올리고 2. 주말 콜 센터 근무 인원 증가 요청하고 3. operator에게 가상계좌 확인 홈페이지 안내까지 교육하고 싶었겠습니다만... 실제로 일하고 있었다면 1번 말고는 하기 힘들었으리라 생각됩니다(실제로 1번에 해당하는 내용은 올라와 있어요). 왜냐면... 2,3번은 업무 요청 프로세스가 길~거라고 당연히 예측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유연한 곳도 아닐테구요(아니라면 죄송합니다).
탐하고 있는 게 작은지 큰지는 그 일이 지나야 확실해집니다. 그 전까지는 고민해볼 수 밖에 없죠. 하지만 그 고민을 너무 쉽게하고 지나가고 있지 않은가란 생각이 듭니다. 제 생활에서도 매일 있는 일이다보니(일하러 가서 웹 들여다 보기) 조금은 우울해집니다.
이런 상황을 완전히 벗어날 방법은 없지만, 노력하면 소탐대실하는 상황은 줄일수는 있습니다.